시와 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안에서나를봐 2010. 1. 25. 19:35

눈이 내리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 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정호승 *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