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노 다케시의 생각 노트/기타노 다케시/권남희 옮김/2007
●제 2 장
교육 문제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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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는 결국 모든 실패는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 더 노
력하면 잘할 수 있다, 오늘 진 것은 노력이 부족했던 것 뿐이다.' 아이들에게 계속 그렇게 말하는 것은, 싹수가 노란
만화가 지망생의 귓가에다 "열심히만 하면 언젠가는 잘될 거야" 라고 속삭여주는 것과 같다. 이것은 애정도 뭣도 아
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놈은 안된다. 간단히 말해서 연예인을 지망하는 사람이 1,000명 있다고 치자, 그중
몇 명이나 연예 활동으로 먹고살 수 있게 될까? 고작 한 명 있을까 말까다. 나머지 999 명은 포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없다. 어째서 그렇게 무리하게
만드는가. 어느새 사람들은 무엇이든 노력 탓으로 돌림으로써 사람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차이가 있다는 현실을 외
면하게 한다. 덕분에 요즘 아이들은 그러한 노력조차 하지 않고, 꿈만 꾸고 있다 보면 언젠가는 이루어질 거라고 생
각하게 되었다. 그런 상태에서 갑자기 사회로 떠밀려 나오니까 혼란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자기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을 모두 남 탓으로 돌린다. 부모가 나쁘다고 방망이로 때리기도 하고, 사회가 나쁘다고 은둔형 외톨이가 되기도
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신흥 종교에 빠지기도 한다. 스토커도 그렇다. 노력하면 꿈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고 세뇌
를 시켜놓으니 언제까지고 상대를 쫓아다니다. 결국에는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가 나쁘다고 결론짓고 해치기
까지 한다. 옛날에는 '그림의 떡'이니 하는 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쓰지 않는다. 요컨대 은둔형 외
톨이도 스토커도 세상에는 포기해야 하는 게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울기만 하면 우유를 먹을 수 있던 아기 상태에
서 전혀 성장하지 않았다. 그제야 당황해서 "우리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하고 텔레비젼 프로그램의 상담
전화에 대고 울고불고 할 시간이 있다면 , "너는 애초부터 무리였어" 라고 말해주는 게 낫다. "노력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문제야" 라고 말이다.
노력하면 뭐든 이루어진다고 자식을 위하는 척하면서 부모의 체면을 차리는 말을 하지 말고, 어린 시절부터 제대
로 가르쳐야 한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다. 재능이 없는 아이에게는 그런 재능이 없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부모가 가르쳐주어야 한다.
그런 말을 하면 아이가 위축되지 않느냐고? 위축되지만 않으면 운동신경 둔한 녀석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나?
자기 자식이 아무런 무기도 갖고 있지 않음을 가르치는 것은 조금도 잔인한 일이 아니다. 그게 괴롭다면, 어떻게든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무기를 아이가 찾도록 도와줘라.
그걸 발견하지 못한다면, 적어도 아이가 세상에 나가 현실에 녹다운되어 상처를 입더라도 살아나갈 수 있도록 강
인한 마음을 키워줄 수밖에 없다.
아이의 마음이 상처 입는 걸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상처 입고 힘들어하다 포기하면 되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면 노력해야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거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아이의 골수에 새겨주도록 하라.
그것이 아버지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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