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마음의 속도를 늦추어라/에크낫 이스워런

안에서나를봐 2010. 3. 17. 20:10

 

우리의 현대 문명은  스피드 광을 낳았습니다. 이 광증은 일종의

전염병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병에 걸려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래부터 무례하거나 몰지각한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않게 

행동할 여유가 없을 뿐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버스를 놓치지 않으려고

달리는데 앞을 누군가 가로막고 있다면 나는 악의는 없지만 그를 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일은 언제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급하게 뛰어다니는데, 급히 뛰어다닐 때는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그들은 그대로 뚫고 지날 수 있는 유령들에 지나지 않는 것입

니다. 그럴 때 우리는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

요'하고 말하겠지요. 혹은 사과도 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너무나 급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 보니 무례와 스트레스

와 배려의 부족을 당연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현대 문명은 스피드 광을 낳았습니다. 이 광증은 일종의 전염병

이어서 수많은 사람들이 그 병에 걸려 있습니다. 꼼짝없이 어떤 보편적 충

동에 붙들려 있을 때 우리는 자신이 거기 붙들려 있지 않은지 의문을 제기

할 생각을 거의 못하며, 어떻게 거기서 풀려날 수 있는지도 묻지 못합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사람이 시간이 충분치 않다고 불평하지만, 그 불평이

실제로 의미하는 바는 조금 다릅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충분치 않다'는 뜻이니까요.

    이상하게도, 시간은 없는데 무언가 더 많이 하려 들 때, 매일 아침 우리

가 더 많이 하고자 애쓰게 되는 것은 무엇보다 잠입니다. 물론 대개는 전

날 밤에 무언가 더 많이 하려다가 잠자리에 늦게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

서 우리는 조금 늦게 혹은 마지막 순간에 일어나며, 그런 뒤 뒤처진 일을

벌충하려고 하루종일 서두릅니다. 우리는 어렵게 식탁에 앉더라도 무슨 음

식이 올랐는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아침식사를 마칩니다. 우리는 음식 맛

을 느끼지 못하거나 아예 생명의 자양이 될 음식의 때깔도 보지 못합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날 하루 일과를 늦게 시작해 급하게 서두르며, 물론

그 속도는 집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욱 빨라집니다. 우리는 버스를 향해 돌진하거나 러시아워의 교통 정체와

싸우고 겨우 시간에 맞춰 도착하거나 1~2분 지각합니다. 당연히, 미소 지

으며 인사를 나눌 시간은 물론 사무실에 누가 있는지 살펴볼 시간도 없지

요. 그들은 동료가 아니며, 급히 돌아다녀 우리의 길을 방해하는 유령들

입니다.

  

‥‥‥‥

 

  하루가 이런 식일때, 당신은 종일토록 워낙 빠르게 움직이다 보니 밤

이 찾아올 때까지 기어를 바꿀 수 없습니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부터

속도를 내온 당신은 저녁에는 부메랑처럼 잽싸게 집으로 돌아갑니다. 당

신은 속도를 다 잃고 완전히 지쳐 있습니다. 버스 좌석에 털썩 주저앉아

두 눈을 감습니다. 바로 그때 옆좌석에 앉은 성격이 무던해 뵈는 사람이

악의 없이 수작을 겁니다.

  "뮤로 끝나는, 날지 못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새는 뭘까요?"

  "에뮤!"

  당신은 공손히 대답하고 싶지만 튀어나오는 목소리는 으르렁대는 것

같습니다. 당신은 '낱말 맞히기는 관심 없어! 두 글자 이름을 가진 오스

트레일리아 동물이 무슨 상관이람!'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원

래 무례한 사람이 아니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이 내릴 버스정류장입니다. 당신은 황급히 소지품을 챙겨 버

스에서 내리지만 집에 거의 다 와서야 다른 사람의 소지품을 들고 온 것

을 깨닫습니다. 현관문이 열리지 않자 당신은 발로 찹니다. 발에 티눈이

난 것도 잊어버리고 말이지요. 그리하여 집 안으로 들어설 때쯤에 당신

은 누구에게라도 화풀이를 할 태세가 되어 있습니다. 당신이 심술궂은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똑같이 중요한 사실이지만, 삷

이란 것이 원래 그래서도 아닙니다. 속도가 우리-어느 누구든-를 그렇

게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