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에 대한 풍자 511 -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잠언과 성찰」
2. 교제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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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은 교제에 비해 훨씬 고귀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교제의 가장 커다란 장점은 우정을 닮고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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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보다 우리 자신
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며, 그런 생각을 그들에게 감추려
고 애쓰지 않는다. 따라서 교제가 난관에 부딪히고 깨지
는 것이다.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적어도
그 욕심을 감출 수라도 있어야 한다. 또한 가능하다면 우
리가 즐거운 만큼 다른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고, 그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서 결코 상처를 안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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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과 성격, 그리고 함께 지내고 싶은 사람들 사이에
없어서는 안 될 존경심이 교제의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만남의 관계에서 끝날 뿐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제는 기
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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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없는 교제를 위해서는 당사자 모두가 자유로워야 한다. 만나고 만나지 않는 데 어떤 구속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함께 즐기고 심지어 함께 지루해 할 수도 있어야 한다. 서로 떨어져 있어도 그 때문에 마음이 변해서는 안 된다. 만나서 상대를 난처하게 할 입장이라면 한 동 안 헤어져 지낼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가 당신을 결코 언짢게 생각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때가 상대를 불쾌하 게 만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 다. 가능하다면 더불어 지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즐겁 게 해 줘야 한다. 하지만 그들을 즐겁게 해 주겠다는 의 무감에 사로잡혀서는 안 된다. 교제에서 배려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그 한계는 뚜렷이 해야 한다. 배려가 지나치면 비굴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어디에도 얽 매이지 않는 배려여야 한다. 상대의 감정을 배려하면서 도 내 감정을 소중히 한다는 확신을 상대에게 심어 줘 야 한다. 샹대의 결점은 타고난 것이지만 장점에 비교해서 무 시할 만한 것이라면, 그 결점을 기꺼이 허용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그 결점을 알고 있으며, 그 때문에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 가 느끼지 못하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그가 자신의 결점을 스스로 깨달아 바로잡아 나가도록 인도해 줘 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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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관련된 일에 대해 언급해도 상관없지만 그가
허락하는 한에서 그치도록 한다.
따라서 커다란 절제가 필요하다. 상대의 속내까지
들춰내지 않는 예의와 인간됨이 있어야 한다. 속내
까지 모두 들춰내질 때 줄거울 사람이 어디에 있겠
는가! 그가 알지 못하고 있는 것까지 당신이 들춰낸
다면 그 고통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다. 신사들은 교제를 통해 친밀감을 쌓아가고 서로
에 대해 솔직하게 말할 기회를 차근차근 늘려 가지
만, 대부분의 사람은 교제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많
은 조언들을 받아들일 만큼 상식적이고 차분하지
못하다. 많은 사람이 어느 정도까지는 알고 싶어 하
지만,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
려 모든 진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 한다.
사물을 정확히 관찰하기 위해 일정한 거리를 두어
야 하듯이, 교제에서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
가 있다. 누구나 고유한 관점을 갖고 있고, 다른 사
람도 그런 관점에서 자신을 보아주길 원한다. 우리
가 지나치게 가까이에서 관찰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떤 경우도 당신의 진실된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
이다.
-「잠언과 성찰(1665 년)」중에서
프랑수아 드 라로슈푸코(1613 ~1680, 프랑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