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길의 숲 - 백무산

안에서나를봐 2009. 11. 25. 19:18

길의 숲                                         백무산

- 放下

 

새들에게도 처음엔 손이 있었다

높은 언덕에 살던 그들은

바람과 이웃해 살았으므로 알고 있었다

저 허공에도 길이 있는데,

갈 수 없는 이유를

자신을 땅바닥에 바위처럼 붙들어 둔 것은

중력장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손이라는 것을.

 

새들에게도 원래 수천 개의 손이 있었다

세상이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이 천개

자신이 자신을 잡고 있는 손이 천개

자신이 세상을 잡고 있는 손이 또 천개

존재는 소유의 물목에 있기에.

 

그러나 새들은 알고 있었다

땅의 길을 걷는 자는 숲속에서

숲을 보지 못하듯이, 길 위에서는

길의 숲을 보지 못한다는 것을

길에도 길의 숲이 있음을

새들은 알았다

 

새들은 자신의 손들을 놓기 시작했다

수천개의 손을 다 놓았다

그 모든 손을 놓았을 때

빈 허공은 오히려 바위 계단처럼 견고하였다

새의 손은 그 허공을 밟고 일어설 발이 되었다

그 수천 개의 손이 바람의 계단을 밟을

바람보다 가벼운 발이 되었다

 

길이 어두운 것은

길의 숲을 보지 못하기 때문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