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비추는 세 개의 달 - 로널드 J.맨하이머 <인생벌레 이야기>중에서
인생을 새롭게 사는 비결:<인생벌레 이야기> 1장 가운데 '인생을 비
추는 세 개의 달'
- 오스카 세플러 교수와 저자인 로널드 J. 맨하이머와의 대화 중에서
"융은 인생의 단계들을 태양의 운행에 비유했어. 아침이 되면 태양이
수평선에서 떠오르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면 그 빛은 세상을 향해 점점
뻗어 나가지. 젊은이들이 세상을 갈망하여 행복을 찾아 야망의 산을 오
르듯 말이야. 태양이 가장 높은 곳에 올랐을 때가 인생의 정오라고 했
어. 그때가 사십 살 전후가 되겠지. 인생의 정오에 이르면 이상이며 행
복이 정상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동시에 하강해야 한다는 것을 알
게 되지. 산을 내려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융은 이때 육체의 변화도
함께 느낀다고 했어.
융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냥 하강만 하면 인생의 오후를 할 일 없
이 살게 된다고 경고했지. 이루지 못한 욕망만 가지고 하강하면 관심은
지난온 세월 쪽으로만 향한다고. 그래서 융은 인생의 후반기에 대한 교
육이 필요하다고 했네. 노년, 죽음, 영원 등에 대해서 말이야. 그는 정오
가 지나면 젊은 날 멀게만 느껴졌던 인간의 유한성을, 죽게 된다는 사
실을 받아들이고 인생에 대해 신중하게 고찰해야 한다고 했지. 그는 의
의 양심으로 말한다면서 죽음이란 것을 받아들이고 인생의 후반기를
계획하는 것이 인생의 오전을 잊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보다 훨씬 낫
다고 했어. 인생과 헤어지지 못한 노인은 건강하지 않다고 하면서, 내
기억이 맞지 않나? 정오의 비밀은 우리가 인생과 더불어 죽어야 한다
는 사실을, 인생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다는 것 말이야."
- 중략 -
"노년이란 자유라네. 사상가들이 보았던 인생의 단계들과 단계별 변
화에 대해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크게 착각한 것이 있네. 우리는 내
내 늙음과 젊음, 젊음과 늙음에 대해 생각해 왔네. 젊음과 늙음이 서로
반대되는 건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서 비롯된 착각이라 생각되네.
언어의 덫에 걸려 이원론에 빠져 버린 걸세. 어렸을 적에 부모님 옷을
걸쳐 보듯이 노인이란 단지 젊은이가 변장한 것이라 볼 수 있어. 난 자
네보다 늙었고 자네는 나보다 젊어. 그렇지만 자네는 자네 아이들보다
늙었지. 그러니 사람은 젊기도 하고 동시에 늙었다고 할 수 있네. 늙음
과 젊음은 상대적인 것일 뿐이야....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관
찰하지 말고 분침, 시침이 없는 내면의 시간을 보게 정말 다르다네...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은 동시성, 내적 시간 의식의 특성이야. 기억의
달, 이해의 달, 그리고 희망의 달. 시간의 세 가지 특성이네. 과거, 현
재, 미래로 향하는 달들이지. 이 달들은 결코 분리되는 법이 없고 포개
져 있네....우리가 젊었을 때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것처럼 끊임없
이 모험을 갈구하며 미래를 향해 달려가지. 그땐 희망의 달이 다른 두
달보다 밝게 빛나며 가까이 있네. 중년에 접어들면 주변을 돌아볼 여
유도 생기고 생각도 좀 더 깊어지지. 우리가 달려온 지난 기간들과 모
험이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어지고. 그땐 이해의 달이 다른
두 달보다 밝게 빛나면서 가까이 있네. 중년의 어느 때쯤 아마도 쉰 살
무렵이 되면 세 개의 달이 모두 빛을 발하며 가까이 있지. 기억하게.
이 시기가 바로 플라톤에 따르면 철학을 공부할 준비가 실제로 갖춰지
는 시기요, 지도자가 되는 시기라네. 기억 속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을 만큼 경험이 많이 쌓였고, 추구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
되는 목표가 뚜렷하게 보이는 시기야. 실제로 실천에 옮길 준비도 되
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