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다시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시집 <연어가 돌아올 떄>

안에서나를봐 2010. 6. 11. 19:02

 

다시 기다리는 사람 / 김재진

 

밤이 옵니다.

당신은 밤을 비오듯 내린다고 했습니다.

비오듯 내리는 밤에 앉아

당신은 꽃 피는 것을 또

꽃이 앉는다고 말했습니다.

꽃이 앉듯 어느 날 문득 당신은

내 마음을 적셨습니다.

산으로 나 있는 쪽문을 열고

당신이 떠나던 날

온 산의 향기가 마음 찔러 나는

두 번 다시 당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당신이 내 생각하는 것은 자유지만

당신을 생각하는 한 나는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음속에 나는 당신이란

감옥 하나 만들어 두고 있나 봅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감옥.

설령 그것이 어리석음이거나

집착이라 하더라도

당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눈에 밟혀 길을 가지 못합니다.

설령 그것이 당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내겐

당신입니다.

제 몸에서 낸 녹으로 스스로 망가지는 쇠붙이처럼

미친 듯 나는 나를 태우고 싶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