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글

어린 영혼들은 쉬지 않는다 중에서 - 김용택 엮고 씀

안에서나를봐 2009. 11. 17. 10:06

집오리                권오훈

 

 

우리 속에

날 왜 가둬

왜.

 

문 열어주면

넓은 세상 빨리 가자

갈.

 

연못에 뛰어들어선

어, 시원하다

어.

 

  이 시를 읽으니, 이런 생각이 난다.

  언젠가 집에서 오리를 한 스무 마리쯤 키웠다. 우리 집만 키운 게 아니라 동네 몇 집에서 오리를 키웠다.아침에 오리에게 대충 모이를 주고 동네 앞 강물로 내몰면 오리들은 하루 종일 강에서 먹이를 찾아 먹고 해가 넘

어 가면 집으로 돌아왔다.

  어느 해였다. 오리들이 아직 노란 털을 벗지 않은 새끼 오리일 때였다. 하루는 동네 오리들이 함께 놀다가

우리 집 오리와 이웃집 오리들이 갈라지지 않고 다 우리 오리막으로 들어와버렸다. 난처했다. 누구도 자기 오리를 찾아 가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웃집 아주머니에게 아직 오리가 어리니, 알아서 열일곱 마리

를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 아주머니는 뒤섞인 오리들 증에서 큰 오리들만 추려서 자기 집으로 몰고 갔다.

어머니는 조금 언짢은 표정을 하시더니, 오리가 곧 클텐데 뭐, 하였다. 그뒤로 그 이웃집 오리는 붉은 페인트

칠을 하고 다녔다. 세월이 가서 알을 낳을 때가 되었는데, 그 집 오리는 모두 수놈이어서 알을 낳지 못했다.

우리 어머니는 아침마다 오리막에서 주먹만 한 오리알을 한 바가지씩 가지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