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못생긴 참외 하나 / 박윤일
먹기에도 번거로운 작고 못생긴 참외 하나 어머니 사시
던 동림상회 앞 궤짝에 버려두었더니 술 취해 오가는 사
람들 은근슬쩍 갈지자 오줌줄기에 장사치들 싸움질하며
뱉어대는 욕지거리 가래침에 하역하는 인부들 쇠심줄 타
고 흐르는 땀방울에 있으나마나 간이천막에서 줄줄 떨어
지는 빗줄기에 흥건하게 젖어 썩어 뭉그러졌다 궤짝 가득
냄새 풍기며 싹트는 사랑 썩지 않으면 너를 낳을 수 없다
왁자지껄 다투어 돋아나오는 초록을 보면 그 누구의 생이
썩고 있기에 나는 이렇게 철없이 이파리 무성한가 감쪽같
이 피어난 노란 꽃잎 위에 꽃잎보다 작은 내 눈물 딱 한
방울만! 작고 못생긴 참외 하나 또 여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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